메시아가 너무 많다
적그리스도는 생각했다. 너무나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수많은 메시아들에게 얻어 맞고 걷어 차인 기분이었다. 실제로 엉치뼈나 콧등이 아픈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뼈 마디마디가 정말로 쑤셔온다고, 적그리스도는 느꼈다. 너무 많은 메시아들이 적그리스도에게 적대감을 보이고, 공격하고, 모욕하고, 분노를 표출했다. 적그리스도는 이제 적그리스도 짓이 신물 날 지경이었다. 실은 자신이 정말로 적그리스도인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이렇게 많은 메시아가 있어서야, 적그리스도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어쩌면 적그리스도가 항상 평소에 경계해왔던 대로 그들 모두가 진짜 메시아는 아닐지도 모른다. 적그리스도는 머리를 움켜쥐고 양 무릎에 팔꿈치를 얹은 채, 일부러 어린아이처럼 끙끙 대는 낮은 신음을 내보았다. 왜냐하면 그들 모두가, 하나하나가 메시아임이 틀림없다고 적그리스도의 마음이 속삭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 부정하고 싶어도 그들 모두가 메시아임에 틀림없었다. 단지 문제는 그들이 너무 많고, 강대하고, 무엇보다 성스러운 분노에 차 있다는 점이었다. 그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끔찍했다. 한 때 적그리스도는 다른 적그리스도들을 가장 경계했다. 말씀에 따르면 어쨌든 적그리스도는 여기저기서 나타날 테고,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그들 사이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찾아올 단 한 명의 메시아보다는 일단, 다른 적그리스도들을 조심하고 견제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껏 적그리스도는 다른 적그리스도는 코빼기도 보지 못했다. 이제는 다른 적그리스도가 나타난다면 적의나 경계심이 아니라 우정과 협력으로 함께 똘똘 뭉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무튼 메시아가 너무 많았다. 적그리스도는 그렇게 웅크린 채로 계속해서 고통스러운 고민을 해나갔다. 혹시라도, 이 세상에 적그리스도란 나 하나뿐일 수도 있겠다고. 그리고 곧 메시아들에게 잡혀 돌팔매질을 당하고, 채찍에 맞고, 십자가에 못 박히고, 매달릴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순간에는 지금처럼 끙끙 거리며 무저갱 속으로 던져 집어넣어질 것이다. 적그리스도는 흐르는 식은땀이 핏방울이 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려운 생각이 스물스물 그의 종아리를 타고 허벅지로 올라 그 위 무릎에 얹힌 두 팔을 따라 올라왔다. 머리카락 사이에 얽힌 손가락들이 가시 면류관처럼 느껴졌을 때, 마침내 적그리스도는 혹시 자신이 메시아일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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